저녁으로는 라미엔을 먹기로 했다. 가게 이름은 우쫑시아오찐찌아루신라미엔관五宗小金家汝鑫拉面馆. 이 가게는 와이프가 학교 다닐 때부터 있었다고 정말 오래된 가게라며 극찬을 했다. 간판은 새로 바꾼 것 같지만 간판 말고는 확실히 오래된 냄새가 팍팍 풍긴다. 역사와 전통이 깊은 식당처럼 보인다.
가게 앞에 주차된 전기자전거 띠엔똥처(电动车)가 눈에 띈다. 여기 길거리엔 전기자전거가 태반이다.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 등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중국 도시 느낌이다. 오토바이 달구지도 다니고, 삼륜차도 있으며 수십년은 된 것같은 트럭들이 굴러다니는 한편, 벤츠, BMW, 아우디와 함께 소음없이 스르륵 굴러가는 전기자전거들이 도로를 공유한다. 좀 있으면 스파이크의 빨간 우주선이 날아다닐지도.
라미엔은 한국의 라면과는 다르다고 와이프가 수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한국의 라면은 중국어로는 팡삐엔미엔(方便面) 방편면이다. 팡삐엔 즉 방편이라는 말은 편리하다는 뜻으로 편하게 쉽게 먹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팡삐엔미엔이라고 부른단다. 중국의 라미엔은 라미엔 자체로 고유명사 라미엔이고 한국의 라면을 생각하면 안된다고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영화 보면서 한 번, 차 안에서 한 번, 가게 앞에서 한 번, 여러차례 주지시켰다. 나는 한 번만 말해도 알아듣는데.
카운터에 까만 옷 입은 아저씨가 주인 아저씨다. 잠깐 사이에 우리 일행에게 뭐 먹을거냐고 5번이나 물어왔다. 저기 아저씨 저희 이제 막 앉았는데요. 찬지에가 인터넷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이것 저것 세 그릇을 주문했다.
카운터 옆엔 9종의 반찬이 진열돼 있었다. 우리는 따로 반찬은 안 먹고 면만 먹었다.
국물은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라고 했다. 국물은 부드럽고 짭짤하고 살짝 느끼한게 나름 괜찮았는데 면 아래 깊숙한 곳에 중국 고수나물 썅차이가 매복해 있었다. 음.. 그래도 썅차이가 우러나 있던게 아니라 썅차이 하나를 입안에 던져버리자 그 특유의 향이 금새 사라졌다.
면에는 냉면 먹을 때 겨자와 식초를 넣어서 먹듯이, 중국식 고추다대기와 중국 식초로 간을 한다. 중국에서는 한국 식초같은 투명한 식초를 거의 쓰지 않고 대부분 불투명한 갈색 빛을 띄는 특유의 식초를 쓴다. 식초 맛도 당연히 다르다. 물만두를 찍어 먹을 때 쓰는 초간장 맛과 조금 비슷한데 똑같진 않고 또다른 향이 난다.
와이프와 찬지에는 둘 다 섞어서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난 조금 먹어본 뒤에 고추 다대기만 버무려 먹었다. 그리고 목구멍을 채우는 강렬한 고추향에 콜록댔고 그 모습이 재밌었던지 둘은 나를 보고 웃어댔다. 몇 년 전에 한국에 유학 온 와이프 친구들에게 회를 사주고 초장 간장에 와사비를 넣어 줬는데, 그걸 먹고 콜록대던 친구들을 보던 내 모습이 그랬으리라. 뿌린대로 거두니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한다.
점심도 많이 먹었고 팝콘과 콜라도 배 속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던 터라 우리는 작은 그릇으로 시켰는데 국수나무의 최소 2배 이상은 됐다. 그러고도 가격은 단돈 우콰이, 한국 돈 840원 정도다. 너무 많아서 겨우 반정도 먹고 많이 남겼다.
주인 아저씨가 그걸 보더니 혀를 찼다. 그럴 거면 작은 그릇으로 시키지 그랬냐며 타박했다. 우리 작은 그릇으로 시켰는데?! 카운터 옆에 걸려 있는 메뉴판을 다시 보니 큰그릇 따왈大唍 6元, 작은그릇 시아오왈小唍 5元, 더작은그릇 시아오시아오왈小小唍 4元이라고 써 있었다. 아 더 적게도 파는 구나. 근데 시아오왈이 이정도면 따왈은 대체 얼마나 많은거야. 따왈도 천원밖에 안하는데.
주소 : 山东省烟台市龙口市通海路137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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